이혼한 전 부인을 살해한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의 세 딸이 피의자인 아버지의 신상을 직접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요.
자신을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 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저는 아직 그 살인자가 두렵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 김모씨의 실명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글쓴이는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살인자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작은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는 피의자 공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및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에는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정강력범죄란 뭘까요? 바로 ▲살인 ▲인신매매 ▲강간치상·치사 ▲강간상해·살인 ▲강도 ▲조직폭력범죄 ▲성범죄로 두 번 실형 받은 자가 범한 성범죄 ▲위 기본범죄로부터 가중 처벌되는 범죄 등이 특정강력범죄에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는 실명과 나이, 얼굴 등이 공개됐는데요. 지난해 친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고준희양 사건 피의자는 ‘아동학대치사죄’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2008년 아동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두순은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조두순의 범행이 피의자 신상공개 규정이 신설된 2010년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등촌동 사건에서 피의자 김씨는 전 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는데요. 김씨가 범행 며칠 전부터 현장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10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검은색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는데요.
게시글을 올린 둘째 딸 김모씨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수사시관이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직접 올렸다”면서 “조사 당시 경찰에 신상 공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강서경찰서 측은 "유족이 수사 단계에서 경찰에 신상공개를 요청한 기억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가족도 명예훼손 성립…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 안돼
둘째 딸 김씨는 “잔인한 살인자가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저희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멀리 퍼트려 달라”며 글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직계 가족이 직접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더 무겁습니다.
형법은 친족간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족상도례’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친족상도례는 절도·사기·횡령 등 강도와 손괴를 제외한 재산범죄에서만 적용됩니다. 따라서 친부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명예훼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명예훼손 피해자인 아버지 김씨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신상을 공개한 딸들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또한 신상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돼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데요.
둘째 딸 김씨가 게시글에서 “살인자가 ‘돌아가신 엄마와 우리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 했다고 하더라. 이에 또 한번 우리 가족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한 만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김씨는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남겨진 아이들과 피해자인 아이들 엄마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아이들은 주홍글씨처럼 평생 가슴에 아픔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어 ”저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가족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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