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식

금융규제 샌드박스 무엇인가

코인으로 재테크 2022. 4. 11. 11:00



풀어줄 테니 맘대로 뛰어노세요!

원래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뒤뜰에 만들어놓은 모래놀이터다. 그러나 경제용어로 쓰이면, 금융 분야의 특정한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지정한 다음, 그것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기존의 법이나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유예하거나 아예 면제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주로는 창의와 신기술로 탄생한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잠시 풀어줌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도와주려는 제도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작한 취지는?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4월에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작되었다. 규제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금융 분야 혁신 서비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2년간) 예외를 인정해, 가능성이 발견되면 관련 규제를 풀어주자는취지였다. 신기술을 장착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의 발굴을 북돋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얘기였다. 또 서비스가 실제로 출시되기 전에 미리 시행착오 단계를 거치게 만들어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의지도 반영되었다. 그런데 의도는 훌륭했으나, 2년이 넘도록 뿌리 깊은 규제들이 실제로 완화되는 일은 별로 없어 업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샌드박스에 선정된 사업과 관련된 규제 가운데 법이나 시행령 개정 형태로 정비된 규제가 20%에도 못 미친다. 아예 손도 못 댄 규제도 46%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2년의 한시적인 특례 적용 기한은 속절없이 끝나버렸다.



'리브엠'이란 이름의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은 1호 샌드박스로 지정돼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겼지만, 현행 규제가 없어지지 않아 연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130건이 넘었지만, 촘촘한 규제는 여전하고 제도 개선은 삐걱댈 뿐이다. 한시적인 특례 적용 기간이 끝나면 그냥 접어야 하는 사업이 줄줄이 생길 판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문제점은?

선정된 제품이나 서비스 중에는 상업성이 현저히 떨어져 출시되어도 이용자가 별로 없을 것들이 적지 않다. 또 기술이나 특성에 혁신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조차 민망한 것들도 있다. 들여다보면 ‘무늬만 혁신'인 서비스가 많다는 얘기다.

샌드박스 사업이 공개되는 바람에 모방 제품이나 모방 서비스가 나오기 쉽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130여 개 선정사업 중 58%가량이 그런 식으로 똑같거나 비슷한 경쟁서비스와 맞닥뜨렸다고 한다.

샌드박스에 선정되면서 오히려 경쟁 업계로부터 소송을 당해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도 못한 채 법률적으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이유를 막론하고 샌드박스를 주관하는 금융 당국이 선정 업체를 보호하거나 사건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샌드박스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금융서비스의 경쟁력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016년부터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를 통해 3~6개월에 걸친 테스트로 검증받은 기업의 대부분(90%)은 실제로 서비스의 론칭을 준비했고, 그들 중 다양한 투자까지 확보한 업체는 대략 4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역시 2016년에 주로 핀테크 기술 보유 기관이나 관심 있는기업을 위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초안을 발표했다. 혹시 실패할 경우를대비해 안전장치와 유지장치를 확보하라는 조건을 달았고, 그 외에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재무 건전성과 이사회 구성 등의 14가지 요건을제시했다.